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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석 축제와 기적 [ 2007.06.20 ]

매년 6월 초 이곳 가나자와에는 지방의 풍년을 기리는 축제가 있습니다.

백만석 축제... 우리나라에도 각 지방에 맞는 축제가 있는 터라 이 곳의 축제는 어떻게 같고 떠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학교 개교기념 행사와 겹치는 바람에 퍼레이드와 연등 행사등은 포기해야 했고 축제 후 행사에만 참여 할 수 있어서 많이 서운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친한 친구 코코가 초대한 차 마시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8시 반 버스를 타고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인 켄로쿠엔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곱게 유가타를 입은 그룹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하며 곳곳에 마련된 티하우스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아! 나도 한복을 입고 올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훨씬 아름답고 실용적인 우리 전통한복~~~

그들을 따라 걸어 정해진 티하우스에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동안 다음엔 나도 한복을 입고 와야겠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승부근성이 또 나왔다고. 꼭 한복을 입어서 일본 유가타에게 한방 먹이고 싶냐고 하면서웃더라구요.

학교 행사에 한복을 입고 참석을 했었는데 한복을 본 모든 사람들이 한복의 아름다움에 많은 찬사를 보낸 경험이 있어 아직 한복을 잘 모르는 이곳에 한복을 알리고 싶다는게 제 생각이라고 변명했지만... 아무래도 전 일본 문화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약간의 전투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는 듯하고 친구들도 금방 그것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저희 번호가 불려지고 저희 그룹은 대기실을 벗어나 조용한 복도를 따라 차가 준비되어지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웃으며 조금은 소란하고 사람냄새가 많이 나는 그런 한국의 행사장이 아니라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소근대는 정적인 분위기의 행사장이었습니다. 자리를 이동하니 잡지나 여행프로에서 많이 본 듯한 일본 전통 정원이 있는 조용하고 아담한 티 하우스를 한 눈에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기모노를 입은 여성분들이 조심스럽게 나르는 차를 마시니 숙연해지고 마음도 몸도 정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혹시 보성의 차밭에 가보셨나요? 어느 나라에서든지 "차"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 이제 정적인 행사를 벗어나 활기차고 역동적인 행사를 보기 위해 켄로쿠엔 건너에 있는 가나자와 성으로 향했습니다. 성입구부터 둥둥거리는 북소리와 사람들을 웅성거림~~ 살아서 움직이는 그런 축제!

한 공연팀이 지방색이 짙은 사자춤을 추었고 (꼭 한국에서 방송되던 일본 만화 이누야샤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다른 한팀은 약간은 중국영화에서 튀어 나온 듯한 조금은 더 웅장한 사자춤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오키나와 전통음악을 접목한 다양한 북을 이용한 공연...

북은 사람의 맘을 울린다고 합니다. 북의 진동에 사람들의 심장의 진동이 맞춰서 서로의 맘들이 함께 울린다고... (그래서 우리나라 응원에 북이 많이 이용됩니다.) 정말 이 북소리들은 제 맘을 울렸습니다. 한국에서 느꼈던 그런 느낌, 이방인이란 느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이 곳의 전통문화를 보며 조금은 이곳을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즐거워 하던 중....정말 깜짝 놀랄 그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의 꽹과리 소리!! 북이 제 마음을 울렸다면 이 소리는 저의 머리를 울렸습니다. 서둘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정말 달려갔습니다. 그 곳에는 사물놀이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처음 만나는 한국 분들도 있었습니다.

너무 반가워 처음 뵙는 분들인데 두서없이 안녕하세요로 시작해서 저의 소개를 했습니다. 이분들의 사물놀이로 유명하신 이광수님과 함께 충남 예산에서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기 전 천안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는 말씀을 드리니 같은 지방 출신이라면서 많이 반가워 하셨습니다...

아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가나자와 이곳이 윤봉길 의사께서 처형당하신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눈을 감으신 곳입니다. 그리고 충남 예산이 윤봉길 의사의 출생지입니다. 그래서 윤봉길 의사의 뜻을 기리기위해 예산과 가나자와는 자매결연을 맺은 지 몇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4월에는 이곳에서 한국을 방문하고 백만석 축제에는 한국에서 공연팀이 가나자와에 온다고 이광수님의 사모님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오랫만에 느끼는 정!!! 즐거웠습니다.

문뜩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오다 본 가나자와 시청앞에 걸린 태극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태극기를 처음 발견한 마사노리가 그러더군요.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지 않냐고...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이런 공연을 일본에서 이렇게 작은 지방인 가나자와에서 그리고 이렇게 의미있는 공연을 보게 된것이 꼭 우연을 아닐거라고 하면서요. 마사노리의 말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에 와서 한국어도 아닌 영어를 가르치는 저는 한국인으로의 저의 정체성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주어지다니??? 이 백만석 축제로 제가 지내는 이곳을 더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우연히 보게 된 사물놀이 공연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기회는 우연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또 하나의 기적임이 분명하다고 믿습니다.

박혜영, 일본 카나자와 공업대학교 영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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