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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2023년 설날 전후 [ 2023.01.26 ]

[뉴스재팬=포사단필]

1. 단호박

며칠 전에 시장에 따라 갔다. 아내는 대파 한 단 들어보고 가격표 한 번 쳐다보기를 되풀이했다. 정말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는 닭 같았다. 주먹만 한 단호박 한 개를 집어 들었더니 아내는 어서 내려놓으라고 손짓했다. 가격표를 보니 개당 7,500원이었다.

생산자는 푼돈을 받고 소비자는 바가지 쓰는, 이런 걸 고치는 게 정치일 텐데 저 허세나 부리는 잡X들이 헛바퀴만 돌려댄다.

2. 손주

섣달 그믐날 아들 내외가 두 손자와 함께 왔다. 둘은 곧 고3, 중3이 된다. 지난 해 5월 어버이날에 본 작은 녀석이 그동안 부쩍 자랐다. 목소리가 바리톤이다. 요즈음에도 복부 근육을 자랑하느냐고 물으니 씨익 웃으면서 아니라고 답했다. 얼마 전에 앓은 코로나 영향이지 싶어 더 묻지 않았다.

며느리는 고3 중3 두 아들 뒷바라지로 2023년이 더 힘겨운 한 해가 되겠다.

3. 동서양

한반도(왼쪽)와 세계(오른쪽)의 역사 상 중요한 사실을 아울러 통시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묻기 위해 명훈을 불러 아래 문제를 제시했다.


명훈이 한반도에 있었던 중요 사실을 제대로 썼으나, 왼쪽엔 1517년의 ‘종교개혁’ 하나만 썼다. 국사는 고1 때 배웠고, 세계사는 선택과목이므로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하기야 뭐, 이 나라는 수년 전까지 국사마저 선택과목으로 격하 했던 얼빠진 나라다.

4. 주춧돌과 기둥

조손간에 끝말잇기를 시작했다. 몇 년 사이 둘이 책 좀 읽었나 궁금해서였다. 내가 ‘시작’하니 태훈이 ‘작가’로 이었고 명훈이 ‘가사’로 받았다. 서서히 네 글자 말로 밀어가 ‘합종연횡’을 쓰니 명훈이 그 뜻을 물었다.

“네 고교입학 기념으로 사준 「삼국지」를 안 읽었니?”
“아직 다는 안 읽었어요.”

한 권도 채 안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 보인다. 대충 설명하고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뽑아서 읽어보라고 건네주었다. 고등학교 3년은 주춧돌을 놓는 시기인데 우리 교육제도는 그것은 외면하고 우선 무른 땅에 기둥부터 세우기를 강요한다.

5. 설날 아침

설날 아침 8시 경 가까이 사는 딸 내외도 합석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을 프린트하여 돌린 다음, 너무 뻑뻑하게 살지 말고 이웃도 돌아보고 어려운 사람들도 생각하면서 살아가라고 말했다. 그래, 나는 꼰대다.

설날 아침에 읽어보는 글

솔로몬의 인생론(전도서) 11장 1-2절
‘너는 물질을 후하게 나누어주어라. 언젠가는 그것이 너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라. 이 땅에 무슨 재난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명심보감 계선편(선행의 실천을 강조한 글)
경행록에 말하기를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어느 곳에서 만나지 않으랴? 원수와 원한을 맺지 마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다.’

6. 경복궁

아침을 마친 다음, 어제 저녁에 약속한 대로 두 손주를 데리고 나섰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만 시계추마냥 오가기에 설날 같이 모두 쉬는 날에 경복궁에 가보자고 제안했었다. 명색이 문화관광해설사이니 좀 더 일찍 경복궁을 설명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작은 녀석이 적어도 중학생은 되어야 말귀를 알아들을 것 같아 고궁 공부를 늦추었는데 막상 때가 되었으나 코로나로 이제까지 경복궁 해설을 미루었던 터이다.

명훈은 열심히 들었으나 태훈은 듣기에 앞서 추위에 시달려보였다. 경복궁의 겨울이 유난히 춥긴 하다. 1시 지나 점심을 먹고 경복궁역에서 손자는 남쪽 안양으로 할아비는 북쪽 일산으로 헤어졌다. 혹시 태훈이 감기라도 앓는 게 아닌지 궁금하여 전화했더니 별일 없다고 한다. 다행이다.

7. 주제넘은 자원봉사자

3년 가까이 중단되었던 자원봉사활동을 1월부터 다시 시작하였기에 봉사일(화요일)인 24일 오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나가 11시에 두 가족을 대상으로 해설을 시작했다.

전부터 한글 관련 전시 내용의 설명을 마친 다음 어린 학생들에게 일기를 쓰느냐고 물어보곤 했다. 쓰지 않는다는 학생이 훨씬 많았다. 오늘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에게 자녀들이 일기를 써보도록 지도하심이 바람직하다고, 글을 써야 생각을 하게 된다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아무래도 나는 제 분수를 모르는 봉사자 같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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