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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낡은 서울대의 궁상(窮狀) [ 2022.08.31 ]

[뉴스재팬=포사단필] 1990년대에 국내 유수의 건설회사에서 인사, 총무, 자재를 관장했던 친구 C 이사는 서울대 출신 직원들을 좀 거칠지만 1/3은 우수하고, 1/3은 보통이며, 1/3은 조직 부적응자라고 평했다.

며칠 전에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왜 서울대(특히 법대) 출신이 정치에서 실패하는지 그 이유로 세 가지를 지적했다. “정치를(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합니다. 정치를 혼자 합니다. 도와준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모릅니다.”¹⁾ C 이사가 서울대 출신 정치인을 평가한다면 아마 C급 정도로 평가하지 싶다.

아래는 서울대가 보여준 궁상의 편린이다.

1. 권위 사수
지난 2월에 작고한 이어령 교수는 1960년대 전반 서울대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안티 세력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기성 문단과 선배 문인을 가리지 않고 써내려간 그의 비평은 날카로운 비수가 됐다. 서울대의 이어령 안티 세력 중에는 ‘이어령이 교수가 되면 서울대가 망한다’며 사표를 써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그의 교수 임용을 극구 반대하는 교수들도 있었다. 결국 그는 서울대를 나와야 했다.²⁾ 방장부절(方長不折)이라 했는데, 고명한 선학들이 청출어람의 후학을 내쫓았다. 서울대의 학문·연구 풍토는 다양한 수목이 성장하는 숲이 못되고, 줄기를 비틀고 가지를 굽혀 모양이나 뽐내게 만들어 내놓는 수목원이다.

2. 진면목
1971년경에 서울대 교수협의회이사회에서 교수 직계 자녀의 서울대 특례 입학을 의결하려는데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어 이사회에 참석한 상대의 젊은 임종철 교수가 유일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가 특례 입학 주장의 두 가지 근거에 대하여 설득력 있게 반박했음에도 찬성자가 압도적이었다. 다시 발언권을 얻은 임 교수는 <돼지 새끼는 돼지우리에 있어야 ··· > 하고 다음을 계속하려는데 컵이 날라 오고 회의장은 고함소리로 난장판이 되었다. <호랑이 새끼는 산에 있어야 하듯, 학생들도 각기 제 능력에 맞는 대학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컵부터 날아온 것이다.

임 교수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사과는 했으나 <적절치 못한 발언>이 수단으로서는 적절하고 합목적적인 결과를 가져온 셈이라고 썼다. 그때 많은 교수들이 임 교수가 젊어서 그렇지 대학갈 아이가 있어봐라, 찬성했을 것이라고들 말했다고³⁾ 한다.

3. 패권주의와 침묵의 카르텔
문학평론가 이명원이 1999년 2월에 발간된 <전농어문연구> 제11집에 발표한 논문 <김윤식 비평에 나타난 ‘현해탄 콤플렉스’ 비판>에서 김윤식 서울대 교수의 표절을 지적했다.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김 교수는 자신의 실수라고 인정했고, “젊은 학인 이명원씨의, 나를 비판하는 패기를 높이 평가합니다. 앞선 세대에 대한 비판을 통해 학문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의 적합성과 논지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내 몫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⁴⁾

그러나 이명원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대학원을 결국 자퇴했다. 논란이 이 씨가 공부하던 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진이 모두 서울대 국문과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표절 시비와 함께 서울대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한 데 엉킨 채 전개되었고, 문단과 언론이 알면서 침묵했다는 ‘침묵의 카르텔’론까지 보태졌다. 이명원은 서울대 출신 교수들이 “비판 내용과 수준이 아니라 비판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에 절망했다.”⁵⁾ “김윤식의 제자인 모 교수는 심지어 어떻게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려드느냐며 그런 식으로 나오면 제도적으로 매장시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⁶⁾

4. 아빠 찬스
2007-2018년 기간 중 발표된 연구물(국내외 학술지 게재 논문과 학술대회 발표물) 중 대학교수와 중고교생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나타난 사례는 1033건이었다. 이 가운데 교수가 자기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연구물이 223건이었고, 자기 자녀가 아닌 미성년자는 810건이었다. 1033건 중 기여한 게 거의 없는데 미성년자를 저자로 이름 올려준 ‘부정’ 사례는 96건이었다.

대학별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가장 많은 학교는 서울대로 64건이었고 부정 사례도 22건으로 역시 가장 많았다.⁷⁾ 서울대 교수들의 특권의식이 미성년 공저자 끼워넣기로 변용되었을까? 소학에는 유자상시무광(幼子常視毋誑)⁸⁾이라는 구절이 있다.

5. 집단적 표절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지도하는 인공지능(AI) 연구팀의 논문이 ‘국제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 2022’에서 우수 논문으로 선정돼 현장에서 발표하였으나, 곧 기존 논문들을 대거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을 제출한 저자들은 논문 표절 사실을 확인한 뒤 학술대회 주최 측에 논문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⁹⁾ 집단적 표절은 2005년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소환한다.

6. 한국 교육의 지분
허준이 교수는 한국계 수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를 본 허 교수는 2002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해 서울대 대학원 수리과학부에서 석사를, 미국 미시간대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¹⁰⁾ 허 교수가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면 그가 오늘까지 이룩한 학문적 업적을 성취했을까? 그의 필즈상 수상에 한국 교육의 지분은 아주 적다고 봐도 무방하다.¹¹⁾

7. 수포자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허준이 교수가 “한국에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은 건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고, 문제를 완벽히 풀어야 하는 사회·문화적인 여건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포자가 양산되는 이유를 묻자 “학생들이 학창 시절을 공부하는 데 쓰는 게 아니라 평가받기 위해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¹²⁾

8. 어물전 꼴뚜기들
대한민국 검사 중 서울대 출신의 비중이 가장 높다. 그들의 집단사고는 조직이기주의에 함몰되었다. 마치 묵언이 현자의 도인 양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은 강고하다. 16년 동안 지속된 절름발이 교육이 빚어낸 헛똑똑이들의 대행진이다. <만평> 서울대망국론¹³⁾도 볼만했다. 영원한 불량품, 허가받은 범죄단체인 검찰조직¹⁴⁾이 오늘도 임 모 검사를 “미친X“으로 매도한다.

9. 엉거주춤
서울대는 나름으로 국립대학교의 위상을 근근이 유지하나 서울대의 대학교육은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 육성에 실패하였다는 평가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인 서울대의 개혁 없이 교육개혁은 있을 수 없다”¹⁵⁾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의 서울대는 내·외의 압력에 좌고우면, 잠방이 추썩거리며 엉거주춤하는 똥 싼 녀석과 흡사하다.

10. 박제된 ‘진리’는 허공에 매달렸고
몇 해 전 늦가을 어느 날, 청명한 오후 4시 경 서울대 미술관 앞마당에 앉아 관악산을 쳐다보던 친구가 절경이라고 감탄했다.

산 아래 대학 입구, 박제된 ‘진리’는 허공에 매달린 채 왜바람에 흔들거렸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주.
1) 법률신문, 2022.8.15.
2) 김민희 지음, 『이어령, 80년 생각』 (위즈덤하우스, 2021), pp.233-234.
3) 임종철, 『자본주의에 대한 단상』 (민음사, 1998). pp.190-192.
4) 정지환, “김윤식 서울대 교수, 일본 평론가 저술 표절했다,”OhmyNews, 2000.10.23.
5) 노순동, “비평가 이명원씨가 상아탑을 떠난 까닭은?” 시사저널, 2000.11.09.
6) 경향신문, 2000.11.02.
7⁾ 조선일보, 2022.4.26. 교육부의 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다.
8) 『예기』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成百曉 譯註 小學集註, 傳統文化硏究會, 2004, p.55). 어린 자식에게 언제나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이겠다.
9) 경향신문, 2022.6.27.
10) 경향신문, 2022.7.6.
11) 문주영, “수포자의 스펙,” 경향신문, 2022.7.19.
12) 위 신문, 2022.7.14.
13) <만평>서울대망국론, UNN 한국대학신문, 1998.5.25.
14) 이연주 지음, 김미옥 논평,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포르체, 2020), p.347, p.44.
우리에게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예수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 속의 들보를 빼내어라.”라고 타일렀다(누가 6:42).
15) “강준만 교수 <서울대망국론> 서울대서 쓴소리” 동아일보, 199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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