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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치지 않는 파문 [ 2007.02.12 ]

‘국가간의 문제는 부부간의 문제’. 이런 거창한 말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남편은 이런 말로 주위사람들에게 우리의 일상생활을 알리고 싶어할 때가 있다. 한일전 경기가 있는날, 한일간 정치적.역사적인 문제로 마찰이 일어난 날이 바로 그렇다. 아마 평상시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기때문에, 국가간의 문제가 터진날이 부부싸움을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지난주에도 나는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한바탕 울분을 터트렸다. 소설 「요코이야기」가 미국 중학교 교재에 실려 한인사회에 파문이 일고있다는 기사를 읽고나니 남편조차 밉게 느껴졌던 것이다. 출판사 설명대로라면,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망 조짐이 확실해진 시점에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열두 살 요코와 가족이 겪어야 했던 시련을 그린 자전적 소설’ 이라는「요코이야기」. 언제나처럼 일방적으로 퍼부어대는 나의 말을 잠자코 듣고있던 남편은, ‘작가의 아버지가 731부대 간부였을지도 모른다는 설이 있다’ 는 부분에서 ‘왜, 한국은 그렇게 극단적으로 달릴까?’ 하고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책한권에서731부대로 종횡무진하는 한국언론의 대변자가 된 나에게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요코이야기」의 파문은 잠잠해 보였다. 금새 조용해졌기에 금새 냉정해질 수 있었다. 다시한번, 뉴욕의 한 한국소녀가 등교를 거부했다는 뉴스, 한국을 의식해 애매하게 말을 흐렸다는 작가와의 인터뷰, 미국 한인사회의 반응 등을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모두들, 가해자인 주제에 피해자인 것처럼 상황을 몰고가는 일본인과 일본을 가증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이「요코이야기」를 읽으면 ‘가해자는 한국, 피해자는 일본’ 이라고 말할 것이므로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나는「요코이야기」를 읽지 않았다. 그래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작가는 분명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을 것이다. 아무리 역사왜곡이 있었다해도, 그 시절 일본으로 피난가는 일본인을 조선인이 그대로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은 전쟁과 패전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중일전쟁을 다룬 한 영화에서 ‘패전국의 여자가 어떤 꼴을 당하는지는 잘 알고있겠지?’ 라며 딸의 머리를 깎아주는 어머니를 보면 모든것이 쉽게 상상돼 무서울 정도다. 물론, 식민지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상태로 일본이 만든 예술장르만을 믿고 가해국에 이해심을 갖는 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때의 경험을 솔직히 소설로 옮긴 작가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조선인에게 저지른 만행은 한국인 작가가 써야할 몫이다. 그래서, 작가 조정래는 작가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장편소설「아리랑」을 쓰지 않았던가! ‘한국인의 시점’ 에서 10권이나 되는「아리랑」을 읽은 외국인이라면 ‘일본인의 시점’ 에서「요코이야기」를 읽더라도 한국인을 가해자로 오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요코이야기」의 작가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왜 하필 이 소설이 미국 중학교 교재로 채택되었을까?; 하는 의문만은 지니고 있다. 미국동부지역과 한국에서 한차례 격정적으로 거론된 것 같은「요코이야기」. 나는 한국인이기에 우선은 그들처럼 남편에게 울분을 터트렸다. 만약, 일본인이 있는 교실에서 이 소설로 공부를 해야한다면 복잡한 심경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좀더 냉정해진 순간에는 모두들 (비난한 사람도, 거기에 반발한 사람도) 역사왜곡이 있다는 부분을 포함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어보았는지 궁금했다. 한일간의 어떤 문제도 조용하게 넘어가지는 못한다는 사실, 그것도 그러한 사실이 일본에까지는 미치지 않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꼈다. 언제나처럼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기사가 단 한줄도 없었다. 남편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의 책이 이렇게 파문을 일으킨 것이 놀랍다고 했다. 앞으로「요코이야기」의 파문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지켜보고싶다.

배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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