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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막속 오아시스 [ 2007.01.29 ]

우리부부의 여권색깔은 녹색과 빨간색이다. 이 여권으로 함께 입국할 수 없는 곳은 한국뿐 일본에서도 입국할때는 같은 줄에 선다. 이때는 남편이 내뒤에 서준다. 스탬프만 찍으면 끝인 일본인과는 달리 거주외국인의 경우 재입국심사에 시간이 걸리기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없이 혼자 입국할때는 신경이 곤두선다. 내뒤에 서있는 일본인이 내 여권색깔을 보고 슬금슬금 다른줄로 이동하는것도, 입국심사관에게 어떤말을 듣는것도 싫기 때문이다. 한번은 이런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편분은 열심히 일하시는데 혼자 여행을 가다니! 엔을 얼마 들고가서 얼마 쓰고 왔습니까?’.

한국에 입국할때, 나는 남편의 여권을 펼쳐보고 실망하곤 한다. 내 여권에는 적혀있지 않은 체제기간 90일이 써있을뿐 나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에 입국할때도, 나는 남편의 여권을 펼쳐보고 낙심하곤 한다. ‘귀국’과 ‘상륙허가(재)’ 는 엄연히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번주 한국신문을 통해 영사관에 보호중이었던 탈북가족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당한 뉴스를 보았다. ‘탈북자는 귀찮으니 그냥 잡아가시오!’ 와 별반 다를바없었던 중국 선양주재 한국영사관의 안일한 태도에 나는 하루종일 분노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대사관과 영사관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일까 궁금했다.

벌써 2년간 가지 않았지만, 오사카에도 한국영사관이 있다. 한국적인 그림과 조각이 몇개 있을뿐 도저히 한국의 무엇을 느낄 수 없는 영사관을 몇번 드나들며 나는 ‘되도록 한국어를 못하는 재일교포처럼 행동하자’ 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일본인에게는 상냥하기 그지없는 직원들이 한국인을 대하는 표정은 ‘귀찮은 존재’ 에 대한 거부감 그 자체다. 무엇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같은 한국인을 봐서 반갑다는 표정조차 ‘싫음과 귀찮음’ 으로 일관하는 영사관 직원들의 태도를 떠올리며, 나는 중국선양에서 탈북가족들이 느꼈을 굴욕감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가 극성인 유럽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을때, 남편은 한국대사관에 큰 불신감을 안고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혹시 무슨일 생겼을때 한국대사관에 가기싫으면 일본대사관이라도 가’. 냉소가 아니라 걱정이 되어서 했을 이말은 런던에서 일본관광객이 단체로 일본대사관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순간 큰 울림처럼 내 가슴에 각인되었다. 길을 잃었는지, 길을 찾고있었는지, 그안에 휴게실 같은것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대사관이란 곳은 자국민에게 사막속 오아시스같은 존재여야한다’ 고 생각하는 나에게, 여행중 자국의 대사관으로 거리낌없이 들어가는 일본인의 모습은 너무나 부러운 무엇이었다.

언젠가 나는 억지로 남편을 서울에 있는 일본대사관에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붉은벽돌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건물위에 일장기가 상징처럼 걸려있는 일본대사관을 보고 남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기때문이다. 나였다면 가슴이 뭉클한 무엇을 느꼈을 것 같은데 남편의 반응은 실망스럽게도 ‘이게 뭐?’ 딱한마디였다. 국가에게 불만이 없는 국민에게 기대란 것은 처음부터 없는것인지 모른다. 어쩜 기대치만큼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국민에게만 불만이 쌓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이야기를 해보면 일본인도 국가에 불신감을 갖고있는 듯하다. 이란, 이라크 전쟁때 일본 외무성이 일본인을 위한 피난용 비행기를 띄우지 않았던 것이 대표적인 예로, 긴급상황에 국가가 국민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예는 몇개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나로선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국가의 보호를 더 받고 있는듯 보인다.

떠나온 나라에게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떠나온 나라이기에 바랄 수 있는 어리광이란 것도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에 입국시 내 여권에 한자로 ‘귀국’ 혹은 한글로 ‘돌아옴’ 이란 스탬프가 찍혀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인이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오는것’ 을 의미하는 스탬프를 찍어줄 줄 아는 사고를 지닌 나라의 국민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대사관은 한국인에게 사막속 오아시스같은 존재이길 바란다.

배혜린

▶ [일본어] 砂漠の中のオアシ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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